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비자수수료 인상이 전 세계 IT업계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19일 백악관에서 H-1B 전문직 취업비자 수수료를 기존 약 995달러에서 연간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로 무려 100배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는 2025년 9월 21일 새벽부터 12개월간 적용됩니다. 현재까지는 H-1B 비자 신청 시 추첨 등록비 215달러와 고용주가 부담하는 청원서(Form I-129) 비용 780달러 등 총 995달러 정도만 내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10만 달러씩 지불해야 하며, 최대 체류 기간인 6년을 채우려면 총 60만 달러(약 8억 4천만 원)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H-1B 비자 제도와 현황 분석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미국의 대표적인 취업비자입니다. 매년 신규 발급량은 6만 5천 건이며, 미국 대학원 졸업자를 위한 추가 2만 건을 합쳐 총 8만 5천 건이 추첨을 통해 선발됩니다. 지난해에는 약 40만 건의 H-1B 비자가 승인됐으며, 이 중 대부분은 기존 비자 갱신이었습니다.
기본 체류 기간은 3년이며, 최대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H-1B 비자 소지자는 영주권 신청도 할 수 있어 미국 정착의 발판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 H-1B 비자의 최대 수혜국은 인도로, 전체 발급량의 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11.7%로 그 뒤를 따르며, 한국은 2022 회계연도 기준 약 2,100건 정도로 전체 승인 건수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국 내 주요 언론사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이 1만 44건으로 H-1B 비자 승인 건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타타컨설턴시(5,505건), 마이크로소프트(5,189건), 메타(5,123건), 애플(4,202건), 구글(4,181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매우 저조합니다. 국내 기업 중 H-1B 발급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139건에 그쳤습니다. 이어 한화큐셀(18건), LG전자(17건), 현대차(6건), 기아(3건), SK하이닉스(2건) 순입니다. 국내 H-1B 비자 발급 1위인 삼성전자조차 발급 명단 100위인 딜로이트 텍스의 27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순위 | 기업명 | 2025 회계연도 H-1B 승인 건수 |
|---|---|---|
| 1 | 아마존 | 1만 44건 |
| 2 | 타타컨설턴시 | 5,505건 |
| 3 | 마이크로소프트 | 5,189건 |
| 4 | 메타 | 5,123건 |
| 5 | 애플 | 4,202건 |
| 6 | 구글 | 4,181건 |
| 순위 | 한국 기업 | H-1B 승인 건수 |
|---|---|---|
| 1 | 삼성전자 | 139건 |
| 2 | 한화큐셀 | 18건 |
| 3 | LG전자 | 17건 |
| 4 | 현대차 | 6건 |
| 5 | 기아 | 3건 |
| 6 | SK하이닉스 | 2건 |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배경과 핵심 내용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9월 19일 서명한 이번 포고문의 핵심은 H-1B 비자 제도의 ‘남용’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요한 것은 매년 10만 달러를 낸다는 점”이라며 “기업은 이 인재가 그만한 가치를 지녔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설명자료에 따르면 포고문은 H-1B 제도가 ‘자국민 노동자를 대체하는 저임금 고용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규정했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와 아웃소싱 업체를 지목하며, 이들이 미국인 직원을 해고하고 저임금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행태를 ‘경제·안보 위협’으로 명시했습니다.
실제로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2025 회계연도에 H-1B 5천 건 이상 승인을 받은 반면, 같은 시기 1만 5천 명을 해고했다는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H-1B 비자가 미국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무료로 발급된 비자로 아무나 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어리석은 관행을 멈춰야 한다”며 “미국인을 고용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최고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치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 장관에게 H-1B 프로그램의 통상임금 수준을 재검토하기 위한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도록 지시할 예정입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해 전체 임금 수준을 떨어뜨리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이번 포고문에는 ‘국가 이익’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개별적으로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여지는 열어두었습니다.
IT업계와 글로벌 기업들의 충격과 대응
이번 트럼프 비자수수료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H-1B 비자에 크게 의존하는 IT 컨설팅 업체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코그니전트 테크놀로지 솔루션스는 5% 하락했고, 액센추어는 1.3%, 인포시스는 4.3% 각각 떨어졌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H-1B 비자를 통해 저렴한 인력을 확보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려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력 파견 및 아웃소싱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저임금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H-1B 비자를 적극 활용해왔으며, 매년 발급되는 신규 비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왔습니다.
반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입니다. 이들은 충분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인재에 대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외국인 인재들에게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어, 추가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 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10만 달러의 비자 수수료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며, 해외 인재 채용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입니다.
한국 기업과 전문직들의 대응 전략
이번 트럼프 비자수수료 인상은 한국 기업들과 미국 진출을 꿈꾸는 국내 전문직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H-1B 비자 확보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더욱 큰 장벽에 직면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5 회계연도에 139건의 H-1B 비자만 승인받았는데, 이는 미국 주요 기업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특히 대미 투자가 활발한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중 텍사스 테일러 팹 가동을 앞두고 있어 더욱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H-1B 비자는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가 한미 간 진행 중인 비자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 김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국인 전문직 취업비자(E-4) 1만 5천 개 법안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최대 1만 5천 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인력 운용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H-1B 비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비자 카테고리를 활용하고, 현지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H-1B 비자 대신 단기 상용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를 활용하는 관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국가 이익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국가 안보나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경우 수수료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과 인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한미 반도체 동맹, 배터리 공급망 협력 등 양국 간 핵심 협력 분야에서 인력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한국이 자체적인 글로벌 인재 유치 정책을 강화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아시아 지역의 우수한 전문 인력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 현지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 현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마치며
트럼프 비자수수료 인상은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글로벌 인재 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