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 확보 가능한가? 정부 계획 완전 해부

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800조 원을 투자하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공식화되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서남권 반도체 용수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란?

2026년 6월, 대한민국 경제 역사에 한 획이 그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서남권 지역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 공식 발표된 것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내용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전자 팹 2기 + SK하이닉스 팹 2기, 총 팹 4기 건설
  • AI 데이터센터: 전국 각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 피지컬 AI 인프라: 인공지능 기반 제조·물류 시스템 확충

이 중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건설이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 클러스터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 호남 지역 경제를 반도체 강국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향후 10년간 무려 4,755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력과 용수(물) 문제입니다. 특히 서남권 반도체 용수 확보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왜 호남(서남권)이 선택됐나?

사실 반도체 공장은 보통 수도권, 충청권처럼 인프라가 탄탄한 곳에 짓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호남일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꼽힙니다.

첫째, 재생에너지 잠재력입니다.

전남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는 추세에서 이 점은 큰 강점입니다.

둘째, 한빛원전입니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전은 총 6기로,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단 1초도 전력이 끊겨서는 안 되는 곳이기 때문에 원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셋째, 균형발전 및 정치적 논리입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덜 됐던 호남 지역에 대규모 첨단 산업을 유치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반도체 공장이 물을 얼마나 쓸까?

서남권 반도체 용수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반도체 공장이 왜 이렇게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공장은 ‘물 먹는 하마’ 수준이 아니라 ‘물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초순수(UPW)란 무엇인가?

반도체는 손톱보다 작은 칩 위에 수십억 개의 회로를 새겨 넣는 극도로 정밀한 작업입니다. 이 공정에서 먼지 하나, 불순물 하나가 섞이면 칩 전체가 불량품이 됩니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에서는 일반 수돗물이 아닌 초순수(Ultra Pure Water, UPW)를 사용합니다.

초순수는 말 그대로 ‘극도로 순수한 물’입니다. 일반 수돗물의 전기전도도가 약 200~700 μS/cm인 반면, 초순수는 0.055 μS/cm 이하로 정제된 물입니다. 미네랄, 세균, 유기물, 이온 등이 거의 완벽히 제거되어 있어 증류수보다도 훨씬 순도가 높습니다.

이 초순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삼투압(RO), 이온교환, UV 살균 등 여러 단계의 정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원래 물 대비 상당량이 버려지거나 손실됩니다. 결국 초순수 1톤을 만들기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원수(原水)가 필요하게 됩니다.

팹 1기에 필요한 물의 양

팹(Fab)이란 반도체 제조 공장(Fabrication Plant)의 줄임말입니다. 서남권에 들어올 팹 4기가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을 살펴보면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구분하루 필요 용수량
팹 1기 기준3만8천 톤 ~ 18만 톤
팹 4기 합산 (최대)약 72만 톤
정부 계획 공급량65만 톤
서울 시민 1인 하루 사용량약 280리터 (0.00028톤)

팹 4기가 풀가동될 경우 하루 최대 72만 톤의 물이 필요한데, 이를 인구로 환산하면 약 212만 명이 하루에 쓰는 물과 맞먹습니다. 광주광역시 인구가 약 140만 명 수준이니, 서남권 반도체 단지 하나가 광주 시민 전체가 쓰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셈입니다.

반도체가 물을 쓰는 주요 공정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물이 대거 투입되는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웨이퍼 세정: 실리콘 웨이퍼 표면의 미세 오염물질을 초순수로 씻어냅니다
  • 식각(에칭) 공정: 회로 패턴을 새긴 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때 물이 사용됩니다
  • CMP(화학기계연마) 공정: 웨이퍼 표면을 평탄화하는 과정에서 세정수가 대량 투입됩니다
  • 냉각 시스템: 공장 내 장비 냉각을 위해 대량의 냉각수가 순환합니다
  • 스크러버 세정: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물로 처리하는 장치에도 물이 쓰입니다

이 모든 공정에서 쓰이는 물이 합산되면 하루 수십만 톤에 달하는 수요가 생기는 것입니다.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용수 확보 계획

2026년 6월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남 화순에 위치한 동복댐을 직접 찾아 용수 공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댐별 용수 공급 구체 계획

정부가 제시한 서남권 반도체 용수 확보 방안은 기존에 있는 댐들을 전략적으로 재배분·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각 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댐 이름공급 방식하루 공급량
동복댐현재 여유량 5만t + 댐 증고로 25만t 추가 확보30만 톤
주암댐생·공용수로 배정됐지만 미사용 중인 물 5만t 활용5만 톤
장흥댐여유량 11만9천t 중 10만t 활용10만 톤
보성강댐발전용수 일부를 공업용수로 용도 전환10만 톤
나주댐영산강 용수로 농업용수 대체 → 절감분 활용10만 톤
합계65만 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동복댐 증고(增高) 계획입니다. 증고란 댐의 둑 높이를 높이는 공사를 말합니다. 동복댐 현재 여유량인 8만8천 톤 가운데 5만 톤을 당장 활용하고, 댐 높이를 높이는 공사를 통해 저수량을 대폭 늘려 25만 톤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수재이용수 — 예비 카드

정부는 65만 톤 이외에 추가 비상용 공급원으로 하수재이용수를 제시했습니다. 광주제1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하수를 역삼투압(RO) 공정을 거쳐 공업용수 수준으로 정화한 뒤 하루 30만 톤을 별도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 재이용수를 쓸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기후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물이 모두 초순수는 아닙니다. 전체 사용량의 절반 정도는 일반 공정용수이며, 처리된 하수재이용수를 일반 공정용수로 쓰는 것은 국내외에 이미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공장에서는 일반 공정용수를 다시 자체 초순수 제조 시설을 통해 정제해 쓰기 때문에, 출발점이 하수재이용수라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수자원공사 사장의 자신감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님 계신 데서 말씀드리는데, 용수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는 서남권 댐 여유량과 조정량을 합하면 40만~50만 톤, 지자체 발전·농업용 댐 활용 시 30만 톤 추가, 광주 하수처리장 재이용수까지 더하면 하루 100만 톤 이상도 확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 확보 가능한가? 정부 계획 완전 해부
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 확보 가능한가? 정부 계획 완전 해부


논란의 핵심 — 과연 현실적인가?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외치는 가운데, 전문가들과 환경 분야에서는 냉정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서남권 반도체 용수 확보가 왜 쉽지 않은지 짚어보겠습니다.

기후부 스스로 “용수 부족” 경고했던 과거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 서남권 반도체 용수 공급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신인 환경부가, 불과 2023년에 이런 보고서를 냈습니다.

“호남(영산강 권역)은 심각한 용수 부족과 가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그리고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서는 산업시설 증가와 기존 댐 여유량 부족으로 장래 연간 7억 4,000만 톤의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예측이 나온 지 불과 2~3년 만에 “문제없다”고 방향을 바꾼 셈이니, 일각에서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영산강·섬진강 수계는 한강의 1/8 수준

전남·광주 지역의 젖줄인 영산강과 섬진강의 유역 면적을 합쳐도 약 8,000㎢ 수준으로, 이는 한강 유역 면적의 약 1/8에 불과합니다. 수계가 작다는 것은 비가 내릴 때 모을 수 있는 물의 총량 자체가 적다는 뜻입니다. 가뭄이 오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댐 증고(둑 높이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 계획의 핵심인 동복댐 증고는 단순히 뚝딱 공사를 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 동의, 문화재 조사 등 각종 행정 절차가 수반되며, 수몰 지역이 생길 경우 주민 보상·이주 문제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 최소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농업용·생활용수 전환, 기존 수요자 반발 우려

보성강댐의 발전용수를 공업용수로 전환하거나, 나주댐 농업용수를 다른 수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급 경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고려대 유철상 교수(수자원학회장)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발전댐과 달리 물 공급 방식 자체가 굉장히 다르고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짧은 시간에 해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농업용수를 담당하는 지자체나 농민 단체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써 온 물을 반도체 공장으로 돌리는 것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후 변화 — 예측 불가능한 변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됩니다. 그러나 댐의 저수량은 강수량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영산강 권역은 이미 수원 부족으로 이수 안전도(용수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는 지표)가 낮은 상태입니다. 기후위기로 가뭄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댐 여유량에 의존하는 용수 공급 계획은 근본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력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서남권 반도체 용수와 함께 전력 확보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팹 4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은 6.3GW로, 이는 대형 원전 약 4.5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은 6기 중 1호기가 이미 설계수명을 초과해 가동 중단됐고, 2호기도 2026년 9월 가동을 멈출 예정입니다. 재생에너지는 풍부하지만 날씨에 따라 출력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도체 팹은 단 1초도 전력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ESS(에너지저장장치)만으로 간헐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결국 원전 신규 건설이나 LNG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 확보 가능한가? 정부 계획 완전 해부
서남권 반도체 용수, 하루 65만 톤 확보 가능한가? 정부 계획 완전 해부


마치는 글

서남권 반도체 용수 문제는 단순히 물 한 방울의 문제가 아닙니다. 800조 원 규모의 국가 핵심 산업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정부의 자신감 있는 공급 계획과 전문가들의 냉철한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지금, 진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선언보다 얼마나 빠르고 구체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느냐입니다. 동복댐 증고, 보성강댐 용도 전환, 하수재이용수 공급 라인 구축 등 각각의 계획들이 예정대로 이행된다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심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하나라도 지연되거나 틀어진다면, 수백조 원의 투자가 빛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서남권 반도체 용수 확보는 이제 기술적 문제를 넘어 행정·환경·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됐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내놓을 구체적인 로드맵을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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