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고상은 배신의 얼굴일까? 관상학 해석 3가지와 2026년 정치권이 소환한 진짜 의미

낭고상(狼顧相)은 이리가 몸은 앞을 향한 채 고개만 휙 돌려 뒤를 살피듯, 어깨를 돌리지 않고도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생김새를 가리키는 관상 용어입니다. 예로부터 속내를 감춘 채 때를 기다리다 결국 주인을 넘어서는 ‘배반의 상’으로 풀이돼 왔습니다. 이 단어의 대표 인물로 늘 첫손에 꼽히는 사람이 삼국지의 사마의입니다. 그런데 이 고풍스러운 단어가 2026년 10월 2일 느닷없이 국회 회의장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영화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 씨를 ‘북한상’이라고 표현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그러면 주 의원은 제가 보기엔 낭고상”이라고 맞받아친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검색어 상단에 오른 말이지만, 처음 들어보신 분이 훨씬 많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기사를 봤을 때 ‘낭고? 낭만 고양이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 세 글자 안에 1,800년 전 조조와 사마의의 숨 막히는 첫 만남, 관상학의 오래된 의심, 지금 우리 정치판의 ‘얼굴 공방’까지 한 줄로 꿰어지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뜻과 유래, 이번 논란의 전말, 그 파장이 어디까지 번졌는지 차례로 따라가 보시죠.

낭고상 뜻, 이리가 고개를 돌리는 얼굴의 정체

낭고상은 이리 낭(狼), 돌아볼 고(顧), 모양 상(相)이 합쳐진 말로 몸은 그대로 둔 채 고개만 뒤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의 생김새를 뜻합니다. 관상학은 여기서 지나친 경계심과 냉혹함, 배반의 기질을 읽어냈지만 요즘에는 사방을 넓게 살피는 비상한 능력으로 보는 해석도 함께 존재합니다.

한자 세 글자로 풀면 장면 하나가 그려집니다

낯선 한자어는 글자를 하나씩 떼어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첫 글자 낭(狼)은 이리, 즉 늑대를 뜻하며 ‘낭패(狼狽)’에 들어 있는 바로 그 글자입니다. 두 번째 고(顧)는 돌아본다는 뜻으로 회고(回顧), 고객(顧客)에 쓰입니다. 마지막 상(相)은 관상(觀相)의 그 ‘상’, 즉 얼굴이나 몸에 드러난 생김새와 기운을 말합니다.

세 글자를 이어 붙이면 ‘이리가 돌아보는 모습을 한 사람’이 됩니다. 장면을 하나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어두운 숲길을 걷던 늑대 한 마리가 등 뒤에서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늑대는 발걸음을 멈추지도, 몸을 틀지도 않습니다. 대신 목만 스윽 돌려 어깨 너머를 노려봅니다. 몸은 여전히 앞을 향해 있는데 눈은 정확히 뒤를 겨누고 있는 섬뜩한 순간, 이 단어가 품은 이미지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처음부터 칭찬보다 경계의 뉘앙스를 품고 태어났습니다. 겉으로는 앞만 보고 걷는 척하지만 실은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사람, 옛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한 인물형입니다. 그 두려움을 동물의 몸짓에 빗대 이름을 붙인 셈이지요. ‘낭고지상(狼顧之相)’, ‘낭고의 상’이라고도 부르니 기사나 책마다 표현이 조금 달라도 모두 같은 뜻입니다.

왜 하필 이리였을까요. 동양 고전에서 이리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리 새끼는 아무리 키워도 야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낭자야심(狼子野心)’이 대표적입니다. 관상에는 호랑이 눈을 닮았다는 호안(虎眼), 봉황의 눈을 닮았다는 봉안(鳳眼)처럼 동물에 빗댄 표현이 유독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리는 거의 언제나 ‘믿기 어려운 사람’의 비유로 쓰였습니다. 낭고상이 처음부터 무거운 의심을 짊어진 단어였던 이유입니다.

사람은 어깨가 따라 돌고, 이리는 목만 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세요.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어깨도, 허리도 자연스럽게 따라 돌았을 겁니다. 사람의 목은 한쪽으로 대략 70~90도 남짓만 편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바로 뒤를 보려면 상체 전체를 비틀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옛사람들은 이리가 어깨를 움직이지 않은 채 목만으로 뒤를 돌아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관상에서 말하는 낭고상은 바로 이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어깨는 정면을 향해 가만히 있는데 얼굴만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사람, 말 그대로 몸과 얼굴이 따로 노는 사람이 이 상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현실에 목이 180도 돌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많은 연구자는 이를 신체 특징이라기보다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는 경계심과 남다른 통찰력을 과장해 표현한 수사로 해석합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회의 시간에 발표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곁눈질로 상사의 표정과 옆자리 동료의 반응까지 모두 읽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누가 어느 편인지, 다음 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 사람만 정확히 알고 있지요. 몸은 정면, 정신은 360도. 현대판 ‘이리의 고개’를 굳이 찾자면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흥미롭게도 관상가들은 곁눈질 습관 역시 같은 계열로 봤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옆으로 굴려 상대를 살피는 사람은 눈치를 보며 대응 전략을 짜는 유형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런 사람이 모두 흉계를 품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단서가 늘 따라붙습니다. 다만 함께 큰일을 도모할 때는 한 번쯤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관상학이 붙인 세 가지 꼬리표와 반전 해석

옛 관상가들이 이 생김새에서 읽어낸 의미는 크게 세 갈래로 전해집니다. 첫째, 이리가 길을 가며 수시로 좌우와 뒤를 살피듯 지나치게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풀이입니다. 둘째, 사냥감을 노리는 이리처럼 필요하면 냉정하게 칼을 뽑는 잔인한 성정이라는 해석입니다. 셋째가 가장 유명한 ‘배반의 상’, 즉 언젠가 주인의 등 뒤를 노릴 인물이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관상 인문학 쪽에서는 조금 다른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방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세상의 정보를 넓게 받아들이고 재빨리 대응하는 내공이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입니다. 평범한 승용차처럼 생겼는데 엔진은 스포츠카인 사람이라는 비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하로 부리기는 어렵지만 동료로 두면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라는 시각이지요. 반역의 낙인이 아니라 ‘보통이 아닌 그릇’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는 얘기입니다.

해석 관점핵심 의미이미지 비유
지나친 신중함늘 주변을 경계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음길을 가며 수시로 뒤를 살피는 이리
냉혹함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결단하는 성정사냥감을 노리는 이리의 눈빛
배반의 상속내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다 윗사람을 넘어섬주인의 등 뒤를 겨누는 시선
현대적 재해석정보를 넓게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비상한 능력승용차 차체에 스포츠카 엔진

여기서 꼭 기억해 두실 점이 있습니다. 관상은 오랜 세월 사람을 관찰하며 쌓인 경험칙이자 이야기 문화일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판단 도구가 아닙니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을 이리의 상으로 짚어내는 장면이 강렬하게 남은 것도 결국 그 얼굴을 둘러싼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원조가 바로 다음에 만날 사마의입니다.

사마의 낭고상, 조조를 긴장시킨 고개 한 번

낭고상이라는 말은 당나라 때 편찬된 역사서 『진서』에 조조가 사마의를 시험한 일화로 처음 등장합니다. 조조의 의심은 결국 사마의 집안이 위나라를 대신해 진나라를 세우는 결말로 이어지며 이 단어를 ‘배반의 관상’의 대명사로 만들었습니다.

『진서』 선제기에 남은 한 줄의 시험

낭고상이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당나라 때 편찬된 역사서 『진서(晉書)』의 「선제기(宣帝紀)」입니다. 여기서 ‘선제’는 손자가 황제가 된 뒤 추존된 사마의를 가리킵니다. 원문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魏武察帝有雄豪志, 聞有狼顧相. 欲驗之. 乃召使前行, 令反顧, 面正向後而身不動.

우리말로 풀면 이렇습니다. 위 무제(조조)는 사마의에게 큰 뜻이 있음을 눈치챘고, 그가 이리처럼 돌아보는 상을 지녔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확인하려고 사마의를 불러 앞으로 걸어가게 한 뒤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그러자 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얼굴만 정확히 뒤를 향했다.

단 몇 줄이지만 상황을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천하의 조조가 젊은 신하 하나를 앞세워 걷게 하고는 뒤에서 이름을 부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몸을 돌려 “예, 승상” 하고 답했겠지요. 그런데 사마의는 어깨를 그대로 앞에 둔 채 얼굴만 돌려 조조를 바라봤습니다. 조조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목의 유연성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 감춰진 야심의 크기였습니다. 그 시험에서 사마의는 그만 본색을 드러내고 만 셈입니다.

두 사람의 인연부터가 순탄치 않았습니다. 조조가 처음 사마의를 부른 것은 201년 무렵인데, 명문가 출신의 20대 청년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출사를 거절했다고 전해집니다. 몇 해 뒤인 208년 무렵 조조가 다시 사람을 보내며 응하지 않으면 잡아들이라는 엄명까지 내리자, 그제야 사마의는 조조 밑으로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재였던 것이지요. 조조 입장에서는 실력은 탐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 불안이 ‘돌아보기 시험’이라는 기묘한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드라마 속 바둑돌 장면이 유독 오싹했던 이유

이 일화는 2017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군사 사마의’에서 명장면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드라마 속 조조는 대놓고 “돌아보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둑돌을 던져 사마의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게 만듭니다. 의도적으로 감추려 해도 본능은 숨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한 컷에 담아낸 연출입니다.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장면이 보는 내내 숨을 죽였다는 반응과 함께 두고두고 회자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마의는 어떻게든 평범한 선비로 보이려 애쓰지만 조조는 계략으로 그 껍데기를 한 겹 벗겨냅니다. 짧은 순간 드러난 ‘이리의 고개’를 보고도 조조는 사마의를 죽이지 않고 호탕하게 웃어넘깁니다. 아직 덜 여문 책사라면 자신이 충분히 부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방영 전에 교양 강연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사마의를 주제로 한 연속 강연이 큰 인기를 끌어 이 일화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반면 국내 시청자 상당수는 배경지식이 없어 ‘왜 갑자기 돌아보지?’ 하며 지나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은 장면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보다 잘 들어맞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다음에 그 장면을 보실 때 소름이 한 번 더 돋으실 겁니다.

조조의 예감은 3대에 걸쳐 현실이 됐다

조조의 의심은 시험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서』에는 조조가 세 마리 말이 한 구유에서 함께 여물을 먹는 꿈을 꾸고 몹시 꺼림칙해했다는 이야기, 이른바 ‘삼마동조(三馬同槽)’도 전해집니다. 구유를 뜻하는 조(槽)는 조조의 성 조(曹)와 중국어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사마(司馬) 씨 세 사람이 조씨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불길한 징조로 읽혔지요. 조조는 아들 조비에게 사마의는 끝까지 신하로 남을 인물이 아니니 경계하라는 당부를 남겼다고 합니다.

정작 조비는 사마의를 아끼고 중용했습니다. 사마의는 조조, 조비, 조예, 조방까지 위나라 네 군주를 섬기며 묵묵히 버텼습니다. 제갈량의 북벌을 막을 때도 싸움을 걸어오는 상대에게 끝내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전략으로 오장원에서 승부를 냈습니다. 제갈량이 여인의 옷을 보내 조롱해도 웃어넘겼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모욕을 받아도 견디는 이 ‘버티기’가 사마의를 상징하는 무기였습니다.

249년, 일흔 무렵의 노장 사마의는 황제와 실권자 조상이 성 밖 고평릉으로 참배를 나간 틈을 타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합니다. 역사는 이를 ‘고평릉 사변’이라 부릅니다. 이후 아들 사마사·사마소를 거쳐 손자 사마염이 265년 위나라 황제에게서 제위를 넘겨받아 진(晉)나라를 세웁니다. 280년에는 오나라까지 무너뜨려 삼국을 통일합니다. 조조가 목 한 번 돌아가는 모습에서 읽어낸 불안이 3대에 걸쳐 그대로 현실이 된 것입니다.

시기사건의미
201년 무렵조조의 첫 부름, 사마의 병을 핑계로 거절쉽게 숙이지 않는 인재
208년 무렵조조 밑으로 출사‘돌아보기 시험’ 일화의 배경
234년오장원 대치, 제갈량 진중에서 사망버티기 전략의 승리
249년고평릉 사변으로 실권 장악조조의 우려가 현실로
265년손자 사마염, 진나라 건국위나라의 종말

이 결말 때문에 낭고상은 ‘언젠가 주인을 갈아치울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영영 떼지 못하게 됐습니다. 정작 역사가 사마의를 기억하는 방식은 관상보다 그의 행동, 즉 오장원의 인내와 고평릉의 결단이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2026년 가을, 이 오래된 꼬리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무대에 다시 등장합니다.

낭고상은 배신의 얼굴일까? 관상학 해석 3가지와 2026년 정치권이 소환한 진짜 의미
낭고상은 배신의 얼굴일까? 관상학 해석 3가지와 2026년 정치권이 소환한 진짜 의미

2026년 국회에 소환된 낭고상, 무슨 일이 있었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 속에서 주진우 의원이 배우 유해진 씨에게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며 얼굴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최민희 최고위원이 10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의원을 낭고상이라 받아치면서 논란은 관상 대결로 번졌습니다.

발단은 추석 극장가를 달군 영화 ‘암살자(들)’

이번 공방을 이해하려면 먼저 영화 한 편을 알아야 합니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2026년 9월 23일 개봉한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고,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긴 데 이어 28일까지 163만 명을 모으며 추석 극장가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영화는 가상의 기자와 형사가 사건을 쫓는 구조입니다. 당시 수사 당국은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노리고 쏜 총에 육 여사가 숨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영화는 범인의 이름을 ‘문태광’으로 바꾸고,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더해 공범이나 권력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논란의 핵심은 이 ‘가능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후로 암시하는 것처럼 읽힌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9월 27일 주진우 의원이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박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유영하·이진숙·강명구·구자근 의원 등이 잇따라 역사왜곡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제작사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9월 29일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은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일 뿐, 법적 책임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작진은 9월 28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로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며,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허진호 감독 역시 사건의 실체보다 그 시대에 진실을 좇고 신념을 지키려 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정치권 개입에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상’ 댓글 한 줄이 불씨가 되다

여기까지는 역사 해석을 둘러싼, 어찌 보면 익숙한 논쟁이었습니다. 판을 바꾼 것은 댓글 한 줄이었습니다. 9월 29일 한 누리꾼이 소셜미디어에 유해진 씨가 그동안 북한·반일·군사정권 비판 소재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북한에 가서 살라는 식의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주진우 의원은 그 아래에 ‘북한상’이라는 세 글자를 남겼습니다. 북한 사람처럼 생겼다는 뜻으로 읽히는 이 표현은 곧장 인신공격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주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9월 30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북한을 편들었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며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육 여사의 죽음을 다룬 영화야말로 진짜 인격살인이라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영화는 보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유해진 씨가 광고 모델로 나선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당분간 먹지 않겠다며 사실상 불매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10월 2일 SNS에서 사람의 생김새로 사상을 재단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냐고 반문하며 유해진 씨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지도 않은 영화를 두고 배우에게 책임을 묻고 생계를 건드리는 태도가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함께였습니다. 영화 비평은 자유지만 배우의 얼굴을 겨냥하는 순간 논쟁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 비판하는 쪽의 공통된 논리였습니다.

최민희 최고위원의 맞불, 이번엔 이리의 상

10월 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민희 최고위원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민호 씨 행사 취소 소식을 언급하며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육 여사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방송에서도 오래전부터 다뤄온 것인데 왜 유독 이 영화에만 정치 공세를 퍼붓느냐는 반문도 이어졌습니다.

이어 주 의원의 ‘북한상’ 발언을 기괴한 공격이라고 규정한 뒤 낭고상이라는 말로 받아쳤습니다. 상대가 남의 얼굴을 두고 ‘상’을 따졌으니 나도 당신의 ‘상’을 말해주겠다는 일종의 거울 화법입니다. 재미있게도 주 의원 역시 자신의 ‘북한상’ 발언을 유해진 씨에게 ‘거울 치료’를 해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양쪽 모두 거울을 들이밀었고, 그 거울에 비친 것은 결국 서로의 ‘관상’이었던 셈입니다.

최 최고위원이 하필 이 단어를 고른 이유는 앞서 살펴본 의미를 떠올리면 짐작이 갑니다. 사마의처럼 겉으로는 정면을 보면서 뒤로는 다른 계산을 하는 사람, 날카롭게 주변을 노리는 인물이라는 함의를 담아 상대의 공세를 되돌려준 것으로 읽힙니다. 다만 이 표현 역시 얼굴 생김새를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쓴다는 점에서 ‘북한상’과 같은 구조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습니다. 통쾌한 반격으로 볼지 또 하나의 인신공격으로 볼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날 주 의원도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SNS에 스크린쿼터제가 박정희 정권에서 만들어졌는데 그 혜택을 누린 영화인들이 박 전 대통령 가족의 비극을 조롱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해당 작품을 ‘패륜영화’라고 규정했습니다. 관상 한마디로 시작된 말싸움이 하루 사이 영화 산업 정책 논쟁으로까지 번진 셈입니다.

날짜주요 장면
9월 23일영화 ‘암살자(들)’ 개봉
9월 27일주진우 의원, 역사왜곡 비판 제기
9월 28일제작진 첫 공식 입장문 발표, 누적 관객 163만 명
9월 29일주 의원 ‘북한상’ 댓글, 제작진 사자명예훼손 혐의 고발
9월 30일주 의원 유튜브 라이브에서 ‘표현의 자유’ 반박
10월 2일강득구 의원 사과 요구, 최민희 최고위원 이리의 상 맞불
낭고상은 배신의 얼굴일까? 관상학 해석 3가지와 2026년 정치권이 소환한 진짜 의미
낭고상은 배신의 얼굴일까? 관상학 해석 3가지와 2026년 정치권이 소환한 진짜 의미

얼굴 공방이 남긴 파장, 배우와 광고까지 번진 불똥

정치권의 공방은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취소, 배우 자택 앞 집회 신고, 광고 종료로 이어지며 배우 개인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안겼습니다. 영화와 정치가 충돌했던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이번 논란이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할 단서도 보입니다.

영화제 무대와 광고판에서 사라진 배우들

정치권이 북한상과 낭고상을 주고받는 사이, 정작 그 화살을 맞은 쪽은 배우들이었습니다. 10월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7일 이민호 씨가 참석할 예정이던 관객 대화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취소했습니다. ‘암살자(들)’ 배우들의 개막식 참석과 야외무대 인사 일정도 제작사 요청에 따라 취소됐습니다. 영화제 측은 관객과 게스트의 안전을 고려한 제작사의 뜻을 존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은 더 거칠어졌습니다. 출연 배우와 추천사를 남긴 배우들에게 악성 댓글이 몰렸습니다. 한 보수 단체 대표는 유해진 씨 자택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겠다며 집회 신고를 마쳤다고 SNS에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건물 정보가 담긴 사진까지 공개돼 우려를 키웠습니다. 작품 비판이 배우 개인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진영을 떠나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대목입니다.

광고계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유해진 씨가 출연한 햄버거 브랜드 광고 영상에 악플이 쏟아지자 댓글창이 닫혔고, 키움증권은 유해진 씨가 출연한 광고를 종료했습니다. 키움증권은 올해 4월 유해진 씨와 모델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광고 등을 선보여 왔습니다. 회사 측은 당초 계획에 따른 종료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영화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유해진 씨가 얼굴이 되어 알리던 상품이 ‘퇴직연금’이었다는 점이 많은 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치 뉴스를 따라오다 ‘그러고 보니 내 퇴직금은 어떻게 쌓이고 있지?’ 싶어지셨다면, 회사가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을 운영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한 쿠팡 퇴직금 계산법과 퇴직연금 차이를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이 걱정이라면 지자체가 처음 도입한 경남도민연금 가입 조건과 수령액도 노후 준비 관점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배우의 광고는 멈췄어도 내 노후 시계는 멈추지 않으니까요.

‘그때 그사람들’부터 ‘다이빙벨’까지, 낯설지 않은 장면

실존 인물과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가장 닮은 사례는 21년 전인 2005년, 10·26 사건을 블랙코미디로 그린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개봉을 앞두고 상영금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은 개봉 사흘 전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습니다.

제작사는 문제가 된 장면을 검은 화면으로 처리하고 삭제 사유를 자막으로 띄운 채 개봉했습니다. 법원 결정 자체를 풍자의 소재로 삼은 것이지요. 이듬해 1심은 제작사가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상영금지 청구는 기각했고, 항소심에서 양측이 조정에 합의하며 마무리됐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되 실존 인물의 명예와 균형을 맞추라는 것이 당시 법원이 내놓은 해법이었습니다.

2013년 ‘천안함 프로젝트’ 때는 유족의 상영금지 가처분이 개봉 전날 기각됐습니다. 그런데 개봉 이튿날 한 멀티플렉스가 일부 단체의 항의와 시위 예고로 관객 충돌이 우려된다며 상영 중단을 통보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외압 논란이 벌어졌지만, 영화제 측은 전례가 없다며 상영을 강행했습니다. 그 부산국제영화제가 12년 뒤인 올해에는 제작사 요청으로 배우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는 점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번 논란이 법정까지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고발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념재단 등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지에 따라 2005년처럼 법원이 선을 그어주는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 과거 사례들이 보여주듯 이런 논쟁은 대개 짧게 끝나지 않고 한동안 극장 밖에서 더 길게 이어지곤 했습니다.

관상 언어가 정치 무대에 오를 때 생기는 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왜 하필 ‘상’이었을까요. 관상의 언어는 짧고 강렬합니다. 북한상 세 글자, 낭고상 세 글자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해 버립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기사 제목이 되고, 검색어가 되고, 단숨에 퍼져 나갑니다.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위험하기도 합니다. 생김새는 본인이 고를 수 없는 것이고, 거기에 사상이나 도덕성을 덧씌우는 순간 토론은 사라지고 낙인만 남기 쉽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나란히 놓아 보면 이번 공방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구분주진우 의원 측 논리비판하는 측 논리
표현의 성격북한을 편들었다는 뜻의 정치적 비판, 표현의 자유생김새로 사상을 재단하는 인신공격
배우의 책임시나리오를 읽고 출연했다면 함께 책임져야 함작품 비판은 가능하나 배우 개인 공격은 부당
영화에 대한 시각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역사왜곡 작품상상력을 더한 극영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옴
대응 방식불매·고발 등 적극적 행동 촉구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압박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사마의 이야기에서 하나 건질 점이 있습니다. 조조는 사마의의 ‘상’을 보고 끝까지 의심했지만, 역사가 사마의를 평가할 때 남긴 것은 목이 돌아가는 각도가 아니라 오장원에서의 인내와 고평릉에서의 결단이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마지막 기준은 결국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일이라는 것, 1,800년이 지난 지금도 꽤 유효한 이야기 아닐까요.

낭고상은 이리처럼 고개만 돌려 뒤를 살피는 얼굴을 가리키는 말로, 사마의와 조조의 첫 만남에서 태어나 ‘배반의 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1,800년을 건너왔습니다. 그 단어가 2026년 가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북한상 논란 속에서 최민희 최고위원의 입을 통해 다시 국회 한복판에 섰습니다. 관상의 언어는 짧고 재치 있게 들리지만, 그 끝이 누군가의 얼굴과 생계를 겨눌 때는 무게가 전혀 달라집니다.

마치며

이 공방이 사과로 정리될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이 낯선 세 글자를 이해하는 작은 지도가 되셨길 바랍니다. 다음에 누군가 몸은 그대로 둔 채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보는 장면을 보신다면, 사마의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재미있을 겁니다.